미 재무장관을 지낸 스콧 베센트는 의회에 계류 중인 ‘클래리티(CLARITY)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을 2026년 중간선거 이전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최근 변동성이 극심한 암호화폐 시장에 ‘큰 위안’을 줄 수 있다면서, 입법이 2027년 이후로 미뤄지면 통과 가능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센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역사적으로도 보기 드문 급락장이 진행되는 시기에, ‘클래리티 법안’에 대한 명확성이 시장에 커다란 안도감을 줄 것”이라며 “그 이후에야 비로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26년 미국 중간선거를 계기로 의회 권력 구도가 바뀔 경우, 현 트럼프 행정부의 친크립토 기조가 뒤집힐 수 있다며 시급한 입법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베센트는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한다면, 이는 내 최선의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멀다”며 “그 경우에는 (클래리티 법안과 관련한) 합의를 이끌어낼 전망이 사실상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따라서 이 법안을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 늦어도 미국의 봄철(현지 기준 3월 말~6월 말)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단계까지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친크립토 정책이 단순 행정 조치에 머물 경우 차기 의회 구도에 따라 언제든 되돌려질 수 있다는 시장 우려와 맞닿아 있다. 베센트는 ‘클래리티 법안’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 구조와 규제 틀을 명문화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이고 미국 디지털 자산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도 2026년 미국 중간선거가 트럼프 대통령의 크립토 정책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NFT 마켓플레이스 매직에덴(Magic Eden)의 전 최고법률책임자(General Counsel)였던 조 돌은 코인텔레그래프에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전통적으로 의회 권력 구도가 바뀌는 일이 잦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투자자이자 경제학자인 레이 달리오는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2년간은 상대적으로 방해받지 않는 정책 추진 동력을 갖고 있지만, 2026년 중간선거에서는 그 힘이 크게 약화될 수 있고 2028년 대선에서는 완전히 뒤집힐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만약 친크립토 정책이 법률로 ‘고정(codify)’되지 못한다면, 차기 의회와 행정부에 의해 언제든 폐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 하원은 공화당이 218석, 민주당이 214석을 차지해 공화당이 4석 차이의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 그리고 무소속 의원들이 미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 2026년 선거 결과에 따라 양원 모두의 권력 지형이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타난다. 폴리마켓 참여자들 가운데 47%는 2026년 중간선거 이후 상·하원이 서로 다른 정당에 의해 나뉘어 통제되는 ‘권력 분점’ 시나리오에 베팅하고 있다. 이는 어느 한 정당이 의회를 완전히 장악하기보다, 양당이 각각 한 상임부문씩 쥐는 혼합 구도가 유력하다는 시각을 반영한다.
반면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완전 석권’ 가능성에 베팅한 비율은 37%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친크립토 정책이 강하게 제동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암호화폐 규제 강화를 주장해 온 민주당이 입법 주도권을 쥘 경우, 증권·파생상품 규제기관의 역할이 강화되고, 스테이블코인·디파이(DeFi)·거래소 규제 역시 한층 엄격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번 논의의 핵심인 ‘클래리티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은 디지털 자산을 증권과 상품으로 어떻게 구분할지, 어느 기관이 어떤 자산을 감독할지 등을 명확히 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권이 겹치거나 충돌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사업자들과 투자자들이 규제 리스크를 가늠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돼 왔다.
베센트와 달리오는 이런 ‘규제 회색지대’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 내 대형 기관투자가와 금융사들이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관련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특히 최근처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규제 방향이 불투명하면 리스크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신규 진입은 물론 기존 익스포저를 줄이는 움직임이 강화될 수 있다.
반대로 ‘클래리티 법안’이 2026년 중간선거 이전에 통과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을 경우, 향후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기본적인 규제 틀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 암호화폐 시장에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 장기 투자 전략 수립에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
다만 폴리마켓 예측처럼 2026년 이후 의회 권력이 분점되거나 민주당이 석권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현재 추진 중인 친크립토 입법 패키지의 상당 부분이 수정·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법안 통과의 속도와 내용은 향후 2년간의 정치 지형과 정책 협상 과정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정리하면, 스콧 베센트가 강조한 ‘클래리티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의 조기 통과 여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친크립토 정책을 법제화할 수 있느냐, 그리고 미국 암호화폐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제도권 금융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26년 중간선거까지 남은 2년이 미국 크립토 산업의 중장기 방향성을 결정할 ‘시간표’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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